군 입대의 첫 느낌군 입대의 첫 느낌

Posted at 2009.10.02 15:27 | Posted in 카투사★
드디어 군입대다. 어제 마신 그 엄청난 양의 술기운은 긴장탓인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미리 챙긴 가방을 들고, 나는 홀로 강남 센트럴시티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무거운 발걸음...

짧은 스포츠머리에 내가 여태껏 입었던 옷 중 가장 평범한 옷차림으로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논산에 가는 듯한 친구들이 몇몇 눈에 띤다. 짧은 머리에 캡을 하나씩 쓰고서...

그래, 우리 같이 뜨거운 여름을 논산에서 한번 보내보자구-_-

드디어, 고속버스에 올라타고, 반포 자이 아파트를 지날 무렵, 즉, 터미널 출발 10분도 되지 않아 나는 곯아 떨어졌다. 역시, 어디가나 술이 문제다. 뭐 덕분에 다소 지루할 법도 한 시간을 떼울 수 있었지만서도...

고속버스의 속도가 점점 줄어듬과 거의 동시에 난 눈을 떴고, 고속버스는 좁은 이차선의 도로를 힘겹게 비집고 들어서고 있었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농기계, 농약 파는 가게들, 그리고, 그 앞에서 야채를 파시는 아주머니들, 아마 논산의 읍내가 아니었나 싶다.

드디어, 버스가 멈추고, 나는 가방을 들고 내릴 준비를 하는 찰라,

어 얘네들은 왜 안내리지-_-?

함께 탔던 까까머리 친구들(?)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내려야 할 곳은 한 정거장 더 가야 한다는 것. 누구에게 물어봐서 알았다기 보다 그냥 눈치껏 깨달았다. 내 손은 슬그머니 들었던 가방을 놓고...-_-

내가 내려야 할 곳, 연무읍 고속버스 터미널은 10여분 더 가야했다. 도착하고 보니, 어느 시골의 자그마한 터미널. 그 앞에는 잡상인들이 이것저것 사가라고 소리치고, 난 그들의 외침을 철저히 무시한채 허기진 배나 채우기 위해 주변을 둘러 봤다. 다행히, '군입대 특수'를 누리는 이 동네에서 음식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킁킁거리며, 시골냄새를 맡아가며,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 행복감에 젖어들다가도, 여기가 내가 5주동안 몸을 뒹굴며 생활해야 할 도시라는 생각에 금새 우울해졌다-_-

대충 끼니를 때우고, 택시 하나를 잡아 입소대대로 갔다. (최초로 군입대를 할 때면, 육군 훈련소가 아닌 입소대대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 알아두세요~)

택시에서 내리니, 터미널 입구보다 더 많은 잡상인들과 신병들과 가족들, 또 그들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소음들이 나를 압도했다. 나는 이렇게 혼자 당당하게 왔는데, 군대 가는게 뭐 대수라고...-_-;

난 이들에게 눈길을 하나도 주지 않고,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올 것 같은 입소대대 문으로 당차게 들어섰다. 문에 들어서자, 이제 드디어 군생활 시작이라는 생각에 왜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나 약간의 후회가...-_-^

여분의 시간도 남아 있어, 얘기나 나누고 그러면 덜 우울했을텐데...-_-

덕분에 연병장 건너편에 있는 하얀 건물로 된 전시관에 들어갔다. 에어컨이 빵빵히 나와서, 여태껏 흘린 땀을 식히고, 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둘러봤다.

이 전시관은 훈련소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신병들이 5주간 어떻게 생활하는지 침대, 물품, 군복 등을 전시해 놓고, 부모님들이 안심하게 해줄 요량으로 만들어 놓은 듯 했다.

내가 봐도 좀 좋았다. 혼잣말로, 와 군대 좋아졌네~~ 라고 했을 정도니까...

근데, 지금 말하지만, 그거 다 뻥이다. 내가 있던 곳은 완전 토 나올 만한 그런 시설이었으니...(다음 편에 자세히) 차라리, '조만간 이렇게 바꿔나갈 거에요'라고 안내문이나 붙여놨으면, 기대라도 안했지, 이건 뭐 천지차이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암튼, 이것저것 구경하다(괜히, 기대심만 높여 놓고-_-) 곧 신병 전입 행사를 한다는 방송에 머리를 긁적이며, 어슬렁어슬렁(아, 정녕 입대를 하는 것인가-_-) 연병장으로 걸어갔다.

언덕을 내려가 보니, 어디 공사장 모래판 같은 연병장이 눈에 들어오고, 신병 친지 가족분들은 연병장 가장자리에 빼곡했다. 신병들이 하나둘씩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보이고, 난 이들을 보며, 아주 극심히 우울해지고-_-

다음번에는 꼭 친구들을 데리고 오리라...라고 다짐했건만, 그건 다시 입대하라는 의미-_-? 음...그건 안되지...내 말 취소!!

연병장에 신병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보니, 옛날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조회하듯 운동장 가득 찼다. 난 '군대에서는 너무 튀지도 말고, 뒤쳐지지도 말고, 딱 중간만 되라(해라)'는 비공식 격언을 되새기며, 이들 사이 중간에 딱 섰다-_-

뜨거운 햇살 아래, 앞에서는 교장선생님 마냥 누가 뭐라고 말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고, 별로 관심도 없었기에, 내 앞뒤 옆 친구들을 보며, 얘네들이 내 동기가 되겠구나, 나처럼 카투사도 있겠지? 음...어떤 친구들은 GOP가서 고생 좀 하겠구나, 아참, 요즘은 데모가 많아서 전경이 더 힘들 수도 있다고 했지 등등...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오른쪽에서 음악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왔다.

오른편에 어느새 자리잡은 군악대가 환영 행사 연주를 한 것. 별개 다 행사라고 음악 연주를 하다니...하려면 제대로나 하던지...이렇게 어설픈 환영행사 연주는 또 처음...-_-

암튼, 가만히 서 있던 우리 신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행진이 시작된 것이었다. 가장자리에 있는 친지, 친구, 애인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지만, 이 사람들 모두 나를 배웅나왔다는 착각 혹은 자기최면으로 열심히 손을 흔들어댔다. 그들도 나에게 손을 흔든다는 착각으로...-_-; 이런 생각에 점차 웃음이 나왔고, 나 스스로도 아주 재미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손을 흔들며 지나가다 보니, 한 장병의 어머니처럼 보이는 분이 막 우시는 것이었다. 아들을 한번만 보면 안되냐고 행렬 가장자리에서 한 병사(분대장급?)와 실랑이를 하는 것이었다. 줄만 서고, 다시 돌아오는지 알고, 작별인사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계속 실랑이를 하면서 우시는데, 어느새 내 얼굴에 미소는 커녕 다시 금새 우울해졌다.

사실, 난 군대 가는 것, 쉽게 봤다. '야, 2년 진짜 빨리 가'라는 말로 대변되지 않는가. 또, 요즘 군대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많이 들리지 않는가. 그 분 나름대로 그렇게 오열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난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이 분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군대라는 것은 나라를 지키며, 그 국토 수호를 이뤄 온 국민을 행복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꼭 필요한 존재지만, 국민들, 특히 입대장병을 둔 어머니에게는 그토록 슬프게 만드는 존재로서, 어쩌면, 모순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내 아들이 2년 동안 군에서 희생된다는 어머니의 슬픔으로 국토 수호라는 궁긍적 행복을 추구하는 군대.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군대는 정녕 나올 수는 없을까?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는 기치아래, 우리 나라 어머니들의 슬픔을 지난 60년간 묵인해 왔다면 과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