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파크, 맥주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하이드파크, 맥주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Posted at 2009.02.11 12:51 | Posted in 영국★한국 사회

런던은 유난히 공원이 많습니다. 특히, 서울에서 지내다 런던에 오면, 공원이 많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죠. 크고 작은, 또는 이름도 생소한 공원도 많고, 공원의 동생뻘인 가든(Garden)까지 포함하면, 런던에 그 수는 어마어마합니다.

 

역시 런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이드 파크와 그린 파크입니다. 런던 중심 (1)에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아주 큽니다. 사실, 이 두 공원이 유명한 것은 그 규모 보다는 그 정경이 아름답기 때문이죠. 관광객은 물론 런던 시민에게도 아주 좋은 휴식처가 되며, 자칫 빡빡할 수 있는 런던 시내를 그린이란 색깔로 아름답게 해주죠.


그 중 하이드 파크는 제가 좋은 추억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온지 얼마 안된 여름 날, 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세인즈버리에서 칼링 맥주 10병을 사들고 하이드 파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눈 적이 생각나네요. 햇살이 좋아서인지 관광객, 회사원, 그냥 길가는 시민 등 너나 할거 없이 공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며 혹은 낮잠을 자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 당시, 여기 온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하면 노숙자 아님 실업자로 보일테지 등등의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그 친구와도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때 그 친구와 결론을 내린 것은 런던은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죠. 특히, , 런던은 다른 사람의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라는 것에서로 심히 동감했습니다.

물론, 의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한국보다 훨씬 적다고 장담합니다. 무더운 여름 날 가끔 이 공원에서 여성이 윗도리를 다 벗고 선탠을 한다는 누군가의 얘기도 들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다면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런던에서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장면은 여기서 어느 정도 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만 해도 수만가지죠. 특히, 자신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할 것을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함에 거침이 없습니다. 가령, 바쁜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주문을 받지 않거나, 슈퍼에서 사소한 거스름돈의 실수에도 서비스가 나쁘다며 컴플레인하고 매니저를 부르는 등 자신이 할 말은 꼭 합니다. 뒤에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고 그렇게 하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의 햄버거 교환방식도 어쩌면 영국 사람들의 거침없는 컴플레인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 햄버거에 작은 문제(고기가 탔거나, 야채 부족 등의 사소할 수 있는 것들)가 있다고 생각하면, 맥도널드는 그 햄버거가 반이 남았든 3분의1이 남았든지 암말 않고 바꿔줍니다. 손님과의 논쟁이 길어지면 그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뒤에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떠날 수도 있으니까요. 가끔 런던의 노숙자들은 이것을 악용하기도 하지만, 맥도널드의 대처는 영국사람들의 다른 이를 신경쓰지 않는 성격에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는 여름철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그날 친구와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는 날에도 어김없이 눈에 띄었죠. 서양에 비만이 많다고는 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의 여름 옷차림도 여느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그들도 덥기 때문에, 미니스커트나 배꼽티 등을 입고 다니죠. 나도 처음에는 보기 좀 그랬지만, 나중에는 당당한 그네들의 옷차림에 경외심(?)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뚱뚱하다고 느끼면, 옷을 통해 가리는 방법을 수소문하거나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날씬한 몸매를 가꾸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여기는 그런 것을 거의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물론, 외모, 몸매가 중요시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국도 예외가 없죠.

혹시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또,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이 레스토랑에 제기한 나의 적절한 컴플레인은 비록 다음 손님의 서비스가 지연될 수 있지만, 며칠 후 방문한 또 다른 손님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안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의 이유도 위와 같이 정당해야 합니다.

어쩌다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람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 한국에 귀국한 저는 다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네요.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미리부터 고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영국식 사고 방식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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