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접 만나 느낀 박지성과 이영표의 성격집접 만나 느낀 박지성과 이영표의 성격

Posted at 2011.03.21 20:28 | Posted in 영국★프리미어리그

영국에 있을 당시, 박지성과 이영표를 만난적이 있다. 물론, 나와 두 사람 동시에 만난 것은 아니다. 미리 말하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다. 우연치 않게 한국에서 같이 입국하던 박지성과 이영표를 동시에 네덜란드 공항에서 본적만 있을 뿐이다.

때는 2005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아스날 팬으로 아스날 경기를 무작정 쫒아다니며 봤다. 런던에 처음 갔을 때 집이 아스날 구장과 바로 100미터 거리였고, 그 당시 아스날의 패싱 축구가 참 좋아 팬이 되었다. 그러다가 가끔 아스날이 박지성이 뛴 맨유 그리고 이영표의 토트넘과 경기를 갖는 날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한번은 아스날과 맨유의 경기가 있던 날, 난 맨체스터까지 차를 몰고 힘들게 갔다. 맨유가 이겼고, 경기가 끝나고 난 한국기자들 틈에 껴서 박지성이랑 하는 인터뷰를 엿들었다. 당시, 내가 느낀 점은 박지성이 낯을 참 많이 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형식적인 대답만 해서 참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박지성의 눈빛엔 굳이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해야 되나 혹은 이 기자들은 멀리 영국까지 와서 날 이렇게 귀찮게 하나 라는 표정이었다. 내 느낌엔, 맨유라는 잉글랜드 빅클럽에 뛰고, 또 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그를 힘들게 하는 것도 같았다.

물론, 경기가 그의 생각대로 안풀렸을 수도 있고, 또 경기후 피곤해서 그런 표정을 지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한바퀴 돌면서 몸을 풀어줄기까지 하는데, 한국 선수들 말고는 피곤해서 인터뷰 거절하고 다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아마 박지성 입장에서도 빨리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생각으로 가득차 인터뷰 자체가 짜증났을 수도 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박지성 선수는 멀리 한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최대한 매너를 지켜주려 했던 것 같다. 아마 그 때 당시 우리 나라 최초로 KBS방송국에서 박지성 선수만을 취재하기 위해 영국까지 파견나와서 일부러 그랬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간에 내가 영국에서 처음 만난 박지성의 첫인상은 아주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만으로 보여주려는 의지로 가득한 그런 성격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영표 선수는 좀 달랐다. 아스날의 숙명의 라이벌, 북런던 더비의 또 다른 주인공 토트넘에서 뛰었던 이영표 선수를 보러 처음으로 토트넘 구장에 간 적이 있는데, 이영표 선수의 친화력에 놀랐다.

오래 축구장을 돌아다녀 이제 여기 파견나온 기자들과 어느 정도 안면이 트게 되었고, 또 인터뷰 옆에 곱사리로 껴서 선수들과 여담도 나누고 그랬는데, 이영표 선수는 그야말로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류의 선수인 것 같다.

그 때는, 기자들이 선수들이 나가는 길목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영표 선수가 어깨에 큰 가방을 짊어지고 특유의 밝은 미소로 기자들 앞에 섰다. 보통, 대화의 물꼬는 기자들이 트기 마련인데, 이영표가 먼저, '오늘 축구 잘 보셨어요?'라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박지성은 수동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것 같은데, 이영표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나가고, 심지어 친한 기자들과는 개인적인 대화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서도 가끔 민감한 부분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능글스러울 정도로 주제를 자연스럽게 돌린다. 그 때, 내가 기억하기에 이영표의 이적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토트넘 내 이영표 포지션의 풀백 경쟁상대가 많아, 이탈리아 세리아 팀인 로마로의 이적설이 불거져 나왔었다. 기자가 이것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이영표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유지하면서 주제를 다른데로 돌렸다. 결국, 기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 날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들이 이영표 선수를 여우라고 말하는걸 들었다. 물론, 결코 나쁜 뜻이 아닌 반어법에 가까웠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이영표 선수가 사막에 뚝 떨어져도 친화력으로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지금 이영표 선수는 그 더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배의 땀을 내며 뛰고 있을 것이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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