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에게 베컴을 기대할 수 있을까박지성에게 베컴을 기대할 수 있을까

Posted at 2011.02.02 18:43 | Posted in 영국★프리미어리그
'박지성이 맨유에 갔을 때부터 축구를 본 사람'이란 우스개 소리로 풍자할 만큼 박지성은 우리 나라 최고의 축구 선수다. 오래전의 축구 선수, 지금은 감독이거나 축구 해설하는 사람들, 허정무, 차범근 등도 대단했다고 하지만, 지금 세대는 그야말로 박지성 세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박지성이 나오는 맨유 경기를 새벽을 지새며 응원도 하고, 만약 선발로 뛰지 않거나 후반 잠깐 뛸 경우 퍼거슨 감독을 욕하며 다소 격한 사랑도 보여주었던 박지성 세대. 이제 박지성 세대를 잠시 뒤로 해야 할 시간, 새로운 세대를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지난 1월 31일, 박지성이 공식 은퇴를 했다. 더 이상 A매치 경기를 뛰지 않겠다고,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비축한 힘을 맨유를 위해 뛰겠다고 한다. 약 3~4년 동안 말이다. 2000년부터 국가대표로 뛰며 11년 동안 헌신한 박지성은 이렇게 말하며, 카메라 플래시 세레를 맞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물론, TV 중계 혹은 만체스터에 건너간 사람들은 박지성이 뛰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축구 국가대표로 뛴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자랑이자 감동의 일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맨유가 아닌 국가대표 빨간 응원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모습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박지성은 아직 더 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럽 경기를 뛸 수 있다면, 국가 대표로 뛸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렇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어던졌다. 박지성의 이런 결정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어이없어 아쉬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응이 어떻든 박지성은 이미 떠나겠다고 밝혔고, 그 결정은  다시 번복될 수 없을 것이고, 또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번복할 수 없을까?
나는 번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이 지금껏 보여준 성격상 자의에 의해서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타의에 의해서는 번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의에 의해 번복하면, 자칫 가벼운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기에 박지성으로서 꺼리겠지만, 타의에 의해서 남의 간절한 부탁이라면 명분이 생기게 된다.

필요에 의해 우리 나라 국가대표로 다시 뛴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조광래 감독이든 미래의 다른 국가 대표 감독이든 다시 박지성이 꼭 필요하다고, 팀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하면 박지성이라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어차피, 지금껏 국가 대표팀 선수로 뛰었고, 또 은퇴후 국가 대표를 위해 (코치든 감독이든, 난 박지성이 해설위원이 될 거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몸 담아야 하기 위해서라도 박지성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자신의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처음 1년 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박지성에게 지금이라도 바라는 것은 잉글랜드 축구 국가 대표, 잉글랜드 축구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의 마인드다. 베컴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월드컵을 무릎 부상으로 목전에 어쩔 수 없이 뛰지 못했다. 그 때 그의 나이 35세, 카펠로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으로 베컴을 데려가고자 했지만, 부상이란 악재로 뛰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떼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떨결에 기술위원격으로 따라갔다.

부상 회복을 위해 재활훈련에 전념해도 모자를 시기에, 그는 자신의 국가대표의 벤치에 앉아 정신적이나마 선수들을 돕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베컴의 국가대표를 위하는 이런 헌신은 높이 살 만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베컴은 지금 다음 월드컵에도 뛰고 싶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우승 후보로 뽑히는 잉글랜드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신의 국가를 꼭 우승과 함께 은퇴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난 차라리 박지성이 번복할 것이라면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은퇴를 번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베컴이 가진 마인드처럼 국가대표를 위해 어떻게든지(신체적 능력이 저하되었다면 벤치에서 후배들을 위한 정신력 고양 및 조언 등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좋은 후배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가 대표에도 베컴보다 훨씬 좋은 후배들도 많다. 베컴이 만약 잉글랜드 후배들을 위해 은퇴를 해야했으면 진작에 해야했다. 즉, 후배들에 양보를 하는 것이 마냥 국가대표를 위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맨유를 위해 마지막 축구 인생 불살라 뛰어 보겠다는 것도 좋다. 하지만, 클럽에서 뛸 수 있다면 국가대표에서 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전에 맨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또 선발로 뛴 경기가 많았을지라도 사실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한 이후 벤치에 앉거나 아예 출장안한 맨유 경기가 훨씬 많다. 지금 아시안컵 끝나고 맨유로 돌아가도 자신의 몸을 불살라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축구팬들이 알겠지만, 퍼거슨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클럽에서 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은퇴는 박지성에게 국가대표 경기에도 못 뛰고, 맨유에서도 못 뛰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국가대표로 뛰는 박지성의 모습을 보기 위한 안간힘 혹은 열렬한 소망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아직 박지성 팬들이 많고,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이 아니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팬도 많다. 난 박지성에게 베컴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베컴이 누구? 사진으로 정리하는 베컴의 축구 인생>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