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개팅에서 비용은 누가 계산해야 할까?첫 소개팅에서 비용은 누가 계산해야 할까?

Posted at 2010.10.13 08:34 | Posted in 영국★한국 사회
오늘은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었습니다. 날씨도 서늘해지는데, 동네 음식점에서 닭갈비에 소주 한잔 겻들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것이죠. 역시 남자들끼리 만나니 여자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게다가, 이 친구는 최근 소개팅을 해서 한껏 들떠있던 상태였죠.

제 친구는 그 소개팅에서 아주 맘에 든 여성분을 만났다고 합니다. 아는 친구의 직장 동료를 소개받았는데, 꼭 자신의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고 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소개팅 장소에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나라에서 비싸다고 소문난 강남 압구정동이었죠.

무슨 중국집에서 했는데, 이것저것 시키고 보니 가격이 15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계산할 때가 되니 여성분은 화장실로 갔더랬죠. 결국, 제 친구는 그 15만원 계산을 다하고 밖에서 여성분이 나오길 자랑스럽게 기다렸다고 합니다. 이런 것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은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약간 오버를 했던 것이죠.

역시나 여성분은 제 친구가 계산을 다했다는 것에 놀라운 리액션을 보이며, 밤도 늦어지고 해서 좋게 좋게 인사하며 헤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폰 번호는 주고 받구요. 하지만, 현재 제 친구의 애프터 신청은 거절당한 상태고, 지금 제 친구는 닭갈비 먹으며 제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내 15만원 돌리도~ 하면서 말이죠.

왜 너가 15만원 다냈냐 라고 물어보니, 제 친구 왈, 우리 나라에서 소개팅에 나가면 남자들이 비용을 다 내야 하는게 예의라고 하더군요. 저는 약간 어리둥절했습니다. 지금도 어리둥절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구요. 

제가 살았던 영국에서는 남녀가 만나면, 그 비용은 둘이 나눠서 냅니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자기가 먹은 음식값만 계산하는 식이죠. 만약, 술을 마신다면, 첫 두 잔은 남자가, 그 다음 두 잔은 여성분이 냅니다. 어쩌다가 보면 남자가 여성분보다 비용을 많이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경우 여성분은 진심으로 고마워하죠.

영국과 우리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제 친구를 보면서 약간 어리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영국적인 문화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소개팅, 즉 서로 안면도 없는 남녀가 만나는데, 남자가 소개팅 비용을 다 낸다는 것이 제 이성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이죠. 만약, 제 여자 친구라면, 이깟 밥이 문제겠습니까. 저라면 이것저것 기념 선물이다 데이트 비용이다 다 제가 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만남 이후 그 상대방 여성분이 소위 여자친구가 될 확률이 반반인 상태에서 비용을 다 낸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깝습니다. 얼핏 보면, 확률 50%의 도박이기에 성공 확률은 꽤 높아 보이지만, 그만큼 잃을 경우 제 친구와 같이 금전적 타격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죠.

소개팅 비용을 누가 내야 한다는 의문 자체가 우리 나라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제 글을 읽는 몇몇 분들은 이 쪼잔한 놈~ 이라고 씩씩되면서 제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우리 나라도 여성 평등을 내세우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여성의 정치, 경제계 진출도 늘고 있고, 남성 우월 사상을 가진 남자가 그 뜻을 밖으로 표현할 경우 조선시대 사고방식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일상생활에서만 봐도,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여성 운전자가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경제적으로 독립이 많이 되었음을 알 수 있고, 10년전에는 그러지 못했는데, 지금은 밖에서 여성분들이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는 것만 봐도 여성분들이 얼마나 많은 평등을 이뤄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글 내용이 개콘에서 나오는 남보원처럼 되어 가네요. 제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보며 씁쓸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지, 모든 여성분들이 소개팅 비용을 쉐어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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