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헤드라이트, 영국과 한국의 다른 의미자동차 헤드라이트, 영국과 한국의 다른 의미

Posted at 2010.10.04 19:33 | Posted in 영국★한국 사회
영국에 유학할 시절,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 자가용을 타고 통학을 했습니다. 길도 좁고, 차도 많아 교통 체증이 심하긴 했지만, 대중 교통이 불편해서 우여곡절로 차를 장만해 통학한 것이죠. 그렇게 시작한 자가용 통학은 학교 졸업할 때까지 5년여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국 교통 문화에 익숙해 졌구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운전을 많이 합니다. 자동차 킬로수를 보니 5개월만에 1만킬로가 조금 넘었더군요. 지금껏 한국에서 운전하고 보니 영국에서 몸에 익힌 교통 습관 때문에 난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한번은 어두스름한 저녁에 좁은 도로 선상 끝에 제 차와 건너편 차가 마주쳤습니다. 저는 헤드라이트를 켜서 먼저 오라는 신호를 보냈죠. 하지만, 건너편 차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헤드라이트를 키며 오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역시나 움직이지 않더군요. 할 수 없이 저는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해 좁은 도로를 먼저 지나갔습니다.

결국 저는 양보를 했지만, 상대편은 양보라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죠. 영국에서는 헤드라이트를 켜는 것은 상대편에 대한 양보의 뜻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공격적인 뜻으로 쓰이더군요. 같은 신호지만, 운전 문화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영국은 양보하는 운전습관이, 우리 나라는 공격적인 운전 습관이 이렇게 헤드라이트를 다른 뜻으로 만든 것입니다.

또, 헤드라이트로 양보를 했지만 상대방은 양보로 보지 않는 일은 차선 변경할 때도 발생했습니다. 제가 주행하고 있는데, 옆차선의 차가 제 차선으로 들어오려고 하더군요. 저는 헤드라이트를 켜며 들어오라고 속도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옆 차는 깜박이를 끄면서 제 차선 앞으로 들어오는 것을 포기하더군요. 이미 저는 속도를 줄여 앞 공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는 제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였죠. 보행자 녹색 신호가 밝혀졌고 사람도 건너고 있어 바로 우회전 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번쩍하더군요. 처음에는 제가 사람들이 다 건너가길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것이 대견해 뒷 차가 칭찬해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빵빵 거리더군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횡단보도 가운데로 몰린 틈을 타서 빨리 가라는 소리였던 것이었습니다. 저기 뒤늦게 할머니가 녹색 신호가 끊기기 전에 건너기 위해 지금 막 횡단보도에 들어서고 있는데도 말이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뒷 차에 신경쓰지 않고, 할머니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헤드라이트에 기분이 나빴지만, 할머니를 안전하게 건너게 했던 것의 기쁨이 그래도 더 크더군요.

아무튼, 저는 이제부터 우리나라에서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을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헤드라이트를 켜는 것은 공격적인 운전을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헤드라이트로 인한 운전자간의 오해는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격적인 운전자도 되기 싫지만, 교통 사고는 더더욱 싫거든요. 그래서 아마 우리 나라에서 사는 한 제가 헤드라이트를 켜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 앞의 두 눈처럼 생긴 헤드라이트. 동일한 기능이지만 영국에서 양보로 쓰이고, 한국에서는 그 반대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조금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조만간 우리 나라도 양보 신호로 헤드라이트가 쓰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의좋은 형제가 볏단을 밤에 몰래 서로의 곳간에 몰래 갔다 놓는 것처럼 운전자들도 서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양보하는 그런 교통 문화가 우리 나라 도로에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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