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한국, 명품에 대한 인식 차이영국과 한국, 명품에 대한 인식 차이

Posted at 2010.04.05 09:03 | Posted in 영국★한국 사회
한국 사람의 명품 선호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정품, 모조품 가리지 않고 명품 마크만 눈에 잘 띠는 곳에 붙어 있으면, 옷, 가방, 지갑, 벨트 등 모두다 좋아합니다.

생일,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명품 선물을 가장 받길 원하고, 또 명품 선물을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문화에 휩쓸려 한국 백화점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은 외국 명품으로 도배된지 오래고, 우리 나라 명품 시장은 불황을 몰라보고 계속 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명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가 살았던 영국 명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버버리(Burberry)의 인기는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버버리만의 체크 무늬로 유명하고, 옷, 지갑, 가방 등 안 만드는 물건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 때 버버리의 경영상태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버버리를 살렸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또, 버버리 사촌뻘처럼 버버리와 이름이 비슷한 멀버리(Mulberry)라는 영국 명품 (영국에서는 명품 축에 낄지 심히 의심이 됨)이 최근 우리 나라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니 제2의 버버리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되기도 합니다.

영국인의 명품에 대한 인식

대부분 영국인은 명품에 대한 인식이 우리 나라와 조금 다릅니다. 명품은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높은 계층으로 보이기 위한 수단, 즉 신분상승의 목적의 제품으로 보고 다소 업신여겨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버리는 예전 영국 왕실에 옷을 공급하는 업체였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낮은 계층의 영국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을 왕족들처럼 높여 보겠다는 심리로 인기가 높아졌고, 기존 버버리를 입어왔던 귀족 계층(Upper Class 이상)이 버버리를 등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돈 많은 귀족계층의 이탈로 수익이 줄어들자 브랜드 로고가 옷 앞에 큼지막하게 박히게 한 것은 업계가 낮은 계층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높은 계층의 영국인들은 명품을 입을 때 그 상표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 사람이 명품을 입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을 때가 많죠. 회식이나 모임의 초대로 집이나 레스토랑에 가서, 겉옷을 벗을 때서야 비로소 목 뒤의 작은 브랜드 로고로 그 옷이 명품인지 눈치챈다는 영국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 꼭 명품이 아니라도 영국인들은 자기 몸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자기 몸에 꼭 맞게 맞추는 테일러 메이드(Taylor Made) 옷을 입고, 그들만의 '명품'을 만들기를 좋아했죠. 사실,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이라는 실용성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의 독창성이야말로 '명품'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명품 로고가 박혀있다 해도, 그것이 불편하면 오히려 짐만 될 뿐이니까요. 

그럼 우리 나라는 어떤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명품에 대한 인식이 아주 다릅니다. 틀리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역사와 문화가 영국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같을 경우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큰 오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인식을 한마디로 말하면, 명품은 자기과시용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죠. 

명품 가방을 어깨에 걸고 다니면,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콧대도 높아지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그런 행동에 중독돼 명품에 대한 지출이 많아지고 심지어는 돈 많은 사람(남자든 여자든)들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어디 콩고물 떨어질 곳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물질만능주의 정신 만연으로 인한 인륜 손상, 인간의 기계화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사회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도 일으킵니다. 위에서 말한 과소비가 바로 그 이유죠. 며칠 전까지 재미있게 봤던 지붕킥의 '정음 (황정음의 캐릭터)'처럼 이유는 다소 다르지만, 명품 값 때문에 카드값이 연체되어 돌려 막기하는 분 더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명품은 아주 좋아하는데, 자금이 없어 살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소위 '짝퉁 명품'도 이미테이션이라는 이름하에 아주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나라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하경제'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아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명품 사랑'을 영국과 비교해서 저속해 보인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로 봤을 때, 우리 나라 국민들이 명품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부 명품에 죽고 못사는 사람들, 혹시 영국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기의 계급, 지위가 낮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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