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감독이 유명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이유벵거 감독이 유명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이유

Posted at 2010.03.21 10:29 | Posted in 영국★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 지난 몇 시즌 동안 무관에 그치면서, 영국 언론과 팬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드디어 (21일) 프리미어리그 1위로 올라섰다.

물론, 아직 첼시와 맨유(첼시는 2경기 덜 치름)가 경기를 치르지 않아 일시적인 1등일지도 모르지만, 1위한 그 자체만으로 아스날을 선두지휘하는 벵거 감독의 능력은 극찬을 해도 모자를 것이다. 나 또한 우리 나라를 월드컵 4강에 올려 놓은 히딩크 감독, 맨유에 장기 집권하며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으로 만든 퍼거슨 감독 그리고 몇 수를 내다보는 머리싸움과 전략, 전술에 능한 무리뉴 감독을 뒤로하고 벵거 감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다.

벵거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외부적인 압박에 주눅들지 않고 자기만의 축구 철학으로 구단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빅4 클럽이라는 위치에 다소 무리하더라도 유명 선수를 영입해 다른 감독들처럼 좀 더 쉽게 구단 운영을 할 수도 있지만, 축구 그 자체를 소중히 하고, 축구가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게 하며, 팬들이 부담없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숨은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이다.

지금 잉글랜드 최고 부자 구단인 맨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외국 자본에 넘어간 이후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 (물론 호날두를 비싸게 팔았지만)은 여전하고, 이런 선수 영입을 위해 지출한 돈을 입장료를 높여 메꾸려는 구단 운영으로 팬들은 경기 때마다 티켓 시위를 하고 있다. 즉, 구단의 가장 큰 지출인 선수 영입에 필요 이상으로 돈을 써서 결국 팬들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럼 벵거 감독은 어떤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스날 구장에 갔을 때, 팬의 입장에서 가까이서 만나도 보고 대화도 나누고 그래봤지만 (박지성에 대해 물어 보는 그런 실례는 하지 않았음), 벵거 감독의 축구 철학은 무슨 축구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유명 선수가 하나도 없는 일개 하위권 팀이 우승권에 있는 팀을 이기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축구 만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스날이 하위권 팀이라는 말이 아니라, 선수 명성만 따지고 보면 빅3에 한참 밀린다는 소리일 것이다.

벵거는 어리고 아직 유명하지도 않는 선수를 데리고 지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파브레가스가 그나마 아스날에서 가장 유명한데, 그의 나이는 이제 22살에 불과하고, 축구 선수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후반에는 어떤 실력을 보여줄 지 그냥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벵거가 아니었으면, 지금 파브레가스가 존재했을까.

여기서 또 알 수 있는 것은 벵거 감독의 도전 정신이다. 아직 대외적으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을 데리고 리그의 우승 경쟁자들과 겨루게 하고, 크고 작은 컵 경기에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서 지더라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만드는 것은 벵거 감독의 도전을 진정으로 즐기는 승부사기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이런 도전 정신은 다른 감독들에게서 볼 수 없는 벵거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지 오래다.

팬들을 생각하고 도전을 즐기는 축구를 위해서는 유명 선수가 아니어도 된다는 벵거 감독의 축구관은 어쩌면 지금 축구 감독 누구나 꿈꾸는 그런 이상향을 선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포스팅이 맘에 드셨다면, 추천을,
그저 그랬다면, 아낌없는 격려를,
형편 없었다면,  거침없는 태클을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에핑그린입니다.
기타 의견이나 질문 있으시면 제 방명록이나 제 이메일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런던을 비롯 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에핑그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메일 주소: eppinggreen@londonpoi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