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7: 영국에서 처음 감기 걸리다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7: 영국에서 처음 감기 걸리다

Posted at 2009.05.19 23:29 | Posted in 런던★영국 일기

런던 겨울은 해가 3시 정도면 질 준비를 한다.

흐린 날이면 3시 전에 이미 어둑어둑...

바람 부는 날이면, 온도는 서울보다 높은데,

뼈속까지 시린 날이 많다.

런던에서 외로운 겨울을 맞던 날...

감기까지 걸려 마음까지 시렸던 그 날...

감기 퇴치를 위해 용감한 일을 하게 되는데...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일곱번째 이야기...

 



<영국에서 처음으로 감기걸린 날>

 

 


때는 런던 외곽의 에핑그린이란 조그만 마을에서 홈스테이할 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창 밖의 들판은 푸르고...


난 담배를 물고, 그 들판을 가로질러 날아 다니는 까마귀를 본다.


(영국은 까마귀가 까치보다 많다-_-)


꽤액꽤액~~~


우는 소리도 요란한 이 넘.

야, 너도 여자친구랑 헤어졌냐?-0-

(이 때는 로시와 헤어진 이후...ㅠㅠ )

이 넘의 우는 소리에 맞춰 전화벨이 울리고...

오랜만에 진수와 시간 가는줄 모르고 통화를 1시간을 했다.


(사내넘들끼리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던지-_-)


통화가 끝나고,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 보며,

겨울 방학 동안 해야 할 숙제를 펼친다.

왠지 집중 안되는 느낌...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에너지가 다 빠져 나갔나보다-_-


이럴 땐 그냥 자는게 상책인데-_-


똑똑!!!


소리가 들리고, 꼬마가 밥 먹을거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먹어야쥐, 이게 내가 홈스테이한 이유인데-_-)


꼬마와 함께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


3가족(부부, 꼬마, 큰 애는 독립했다-_-)과 스테이크를 먹었다.


스테이크...나에게 이것은 그냥 고깃 덩어리에 불과했다.


맨날 먹진 않았지만, 자주 먹어서 질린...


쌀밥도 맨날 먹으면 질리듯 난 이 때 스테이크에 질렸었다-_-


물론, 식구들에 대놓고 표현은 못했지만...-_-

(그렇게 말하면, 왠지 미안할 듯...한국적인 문화-_-)

 

당근, 감자,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소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식구들과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고,

잠깐 TV를 보고,

숙제를 해야 한다면서 올라왔다.


근데 역시 숙제는 핑계거리일 뿐-_-

그냥 침대로 가서 쉬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_-

 


다음날 아침...


머리가 띵하고, 온 몸이 으스스, 목까지 컬컬하고,


콧물은 고드름처럼 흘렀다 멈췄다를 반복-_-

이거 감기아냐 >0<!!!!!!!!!!!!


사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단번에 느꼈다.


난 항상 감기에 걸리면, 이렇게 항상 종합감기다-_-

감기에 자주 걸리지 않지만, 한번 찾아오면 이렇게 세트로-_-


(그래서, 난 항상 종합감기약만 산다...아, 슬픈 현실ㅠㅠ)


식구들에 옮길까바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둥...

그냥 시리얼을 들고 내방에서 꾸역꾸역 먹고,

약을 먹고 다시 침대로...


침대에 가서 잠을 청했지만, 방금 일어나서 전혀 졸리지 않고-_-

잡생각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_-


감기의 이유도 그 파노라마의 중간 쯤 번뜩 떠올랐다.

 

그 이유는 바로...............진수넘. 이 넘 때문이다-_-^^^^^^^^^


담배를 피고, 진수넘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사이,


창문을 닫지 않았던 것.


(음... 나의 실수인가-_-)


내 방의 온기는 이 때 다 사라지고,


전화통화 하는 내 입으로 찬 공기가 들어가고,


그 찬 공기는 내 장기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고,


면역체계는 그들에게 힘도 못 쓰고 장열하게 전사한 것이었다-_-


내가 힘을 쓰라고 저녁에 스테이크와 야채를 겯들여 먹었지만,


내 마음의 작용일까,


먹은 것도 먹은 것 같지 않은 기분으로 먹어서 그런지,


면역체계에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 것...


난 이때 이후 깨달았다.


먹을 때 감사하라는 말....


(나 기독교 신자 아니다, 오해하지 말길-_-)

 

하지만, 아프면서 이런 생각은 들지 않고,


얼릉 나아야 겠다는 생각만...-_-


아침에 약을 먹고 내 상태를 보니,


이 감기는 좀 독한 놈인 모양이다-_-


나쁜 넘...


감기 바이러스는 인간이 유일하게 쓰러트리지 못한 것 중 하나라고?


내가 쓰러트려 버리겠다!!!!!!!!!


.......라는 잡생각도-_-


감기 때문에 미친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듣진 못했지만, 난 미쳐갔다-_-


이거 약도 안드니 어떻게 해!!!!!!!!!!!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속옷도 다 갈아입고, (나 자주 갈아입는다, 오해 금지-_-)

춥지만 환기도 다시 다하고, (엄청 추었다-_-)

이불도 창문을 열고 털고, (털면서, 머리는 띵...-_-)

감기에 좋은 생강차를 마셨다.


확실히 넘어가면서 컬컬한 목을 치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강차....너가 만약 이 감기를 낫게 한다면, 나 너하고 함께 간다...


....라는 미친 생각도-_-

 

하지만, 생강차도 순간이었다. 마실 때만 좋은 느낌...-_-


똑똑!!!


꼬마가 점심 먹으려면 내려 오랜다.

보나마나 샌드위치나 빵이겠지-_-

난 괜찮다고, 안 먹는다고 하고,


다시 생강차를 마셨다-_-


마시다 보니, 오줌만 좔좔-_-


3시쯤 되니 뭐 좀 먹어야겠다고 느꼈다-_-


음...감기를 이기려면 영양분이 필요한데...


근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빵 쪼가리나 스테이크가 아니라구-0-!!!!!!!!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난 내 마음 깊은 곳에 매운 것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_-

한동안 홈스테이 생활을 하며, 먹지 못했던 그 매운 맛!

아마 내 몸의 면역체계도 그걸 원했던 것은 아닐까-_-^

이런 생각에 열쇠를 집어 들고,


집을 나왔다.-_-

 

그래, 짬뽕을 먹으러 가는거야>0<!!!!!!!!


가끔 친구와 함께 런던 시내에서 먹던 짬뽕.

한국보단 못하지만, 아류면 또 어떠랴,


나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었던 그 짬뽕.


문제는 운전해서 최소 1시간 거리였다는 사실-_-

홈스테이는 다 좋은데, 시내와 너무 멀었다는 사실-_-

버스도 지하철도 없어 꼭 운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_-


감기 걸린 상태에서 운전은 할 수 있을라나-_-

그러나, 이미 내 손엔 자동차 키가 쥐어졌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짓이었다-_-

 

그런데,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고 보니,


머리에 띵한 것은 없어졌다-_-


바깥 바람을 쐬서 그런가...


아님 운전을 해야겠다는 무의식이 나를 조종하나...-_-

(아마, 음주운전을 해서 집으로 왔던 적이 있는 사람은 이 말 무슨 뜻인지 알 듯-_- 물론, 그렇다고 내가 음주운전을 해봤다는 말은 아님-_-)


운전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도중 신호등에 걸려, 거울을 통해 내 자신을 보니,

이마에 땀이 줄줄...

콧물도 줄줄...(아, 이런 이미지 안되는데-_-;)

(안심하라, 침은 안 흘렸다-_-)


옷을 벗어 옆자리에 내팽겨 치고,

머리가 아플까봐 노래도 안 틀고,


그렇게 1시간여 동안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며,-_-


어렵게, 무사히 도착했다.


무의식의 작용이 다 했을까,


레스토랑 뒤에 작은 골목에 대충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머리는 아파오고-_-


빨리 짬뽕 먹으러 가야되는데...


비틀비틀 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오락가락 했던 것...


겨우 도착해서 문을 열고, 종업원이 어디 앉으라는 말도 무시하고,


아무데나 앉았다-_-


문이랑 가장 가까운 자리...


빨리 물을 마시고, 짬뽕을 시키면서 정신이 다시 되돌아 올 듯 하더니,


짬뽕이 나오자마자 난 드래곤볼 속 손오공이 1달간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먹어댔다-_-


오면서 그렇게 땀을 흘려댔는데, 먹으면서도 또 땀이...


젖은 휴지들이 식탁에 어지럽게 흩어지고,


면과 내용물(?)들을 다 먹고 난 나는 손을 번쩍 들고...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켰다-_-


공기밥도 국물에 다 말아 먹고, 남은 김치와 단무지도 다 먹고 나니,


기분이 정말 묘했다.


결코, 주변 손님과 종업원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그런 건 아니다-_-

내가 눈에 거슬리는 듯한 눈치지만, 난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다-_-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_-


묘하게 감기 기운이 없어지는 그런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에겐 역시 고춧가루와 그것으로 버무려진 김치가 필요한 것인가.


한국 사람의 몸은 이런 미스터리한 힘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김치를 먹으면 힘이 솟는-_-


아니면, 매운 것을 먹으면 힘이 솟는...뭐 그런거-_-

아니면, 매운 것을 먹고 싶다는 마음과,

진짜로 매운 것을 먹으면 힘이 솟는다? -_-


집에 오는 길에는 미소를 띠며, 여유를 부리는 내 모습까지 보았다.


감기에는 매운 것이 최고라는 말...

이렇게 내가 외국 생활에서 몸으로 직접 느낀 생활 경험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