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2: 영국 대학 기숙사 생활에서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2: 영국 대학 기숙사 생활에서

Posted at 2009.05.03 22:17 | Posted in 런던★영국 일기

유난히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올 때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집으로 오는 길이 재밌지도 않았는데...

학교 수업이 다 끝나서 신났는지...

아니면, 아무도 없을 내 방에서 자유를 흠뻑 느껴 그것이 좋았는지...

뭐가 되었든 오늘도 역시 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어폰 속으로 흘러 나오는 노래에 나의 콧노래까지...

저기 해가 넘어가는 동안, 한국은 해가 뜨겠지...이런 생각도 하고...



 

에핑그린의 영국 라이프, 그 두번째 이야기...





<영국 대학 기숙사 생활에서>




 

카드를 문 옆에 대니, 삑!!! 하고 대문이 열린다.


옛날 영국식 빅토리아 집이지만, 보안은 최신식이다-_-


신구의 조환가-_-


내 방은 전형적인 영국식 빅토리아 하우스의 맨 꼭대기층.


3층이라고 하지만, 눈대중으로 5층과 맘먹는 높이다-_-


물론, 엘리베이터는 없다-_-


영국 오면 보통 살 찐다고 하는데,


기숙사 살 동안은 그 걱정은 하지 않아 좋았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자주 먹었지만, 그 기름은 살로 변할 틈을 주지 않았다

-_-


영국식 빅토리아 하우스...


이름은 멋지다-_- 빅토리아...


예전 알고 지내던 빅토리아란 친구가 생각나네-_-


잡설은 집어치우고...-_-

 

이런 집에서 기숙사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쯤...

 

똑똑....



이 저녁에 누가 왔나???


"안녕, 우리 부엌에서 봤지?"


기숙사 부엌은 공유했었고, 얘는 마이클이란 친구다.


사실, 친구라고 하기엔 좀-_-


얼굴만 아는 사이....영어로는 Acquaintance라고 하는데-_-

(어디서 유식한 척, 퍽퍽!!!!!!)

암튼, 그런 사이다-_-



"어"


내가 봐도 퉁명스런 대답이다-_-


난 저녁 먹고 쉬고 있을 때 방해하면 그렇다-_-

(사실, 잘 모르는 사람에겐 좀 이런 면이 나온다-_-)



"그게 아니라....너 혹시 콘돔있냐?'


-_-



(이게 나의 견제 섞인 표정이 안 느껴졌나?-_-)


(나에게 이런 수준 낮은 질문을 하다니-0-!!!!!!!!!!!!!!!)


(근데, 그런게 나한테 있을 턱이 없잖아!!!!!!!!!!!!!)


순간 당황했고, 얼버무리며, 난 없다고 했다-_-


당연히 없었다. 오해하지 말기를-_-


(너무 강조하면 안되는데-_- 그래도 믿어 주시겠지-_-;)


문을 닫고 돌아서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쿨하게, '응 찾아볼게' 하고, 말하고 나서 없다고 해도 되었을 텐데-_-


나의 실순가...-_-


그래도 내 기숙사 방의 첫 손님이었는데-_-

오다가다 봐서 얼굴은 익었지만,


(얼굴만 보면 이넘 약간 어설픈 브래드 피트다-_-)

 

하지만, 역시 한국 사람은 뭔 끈덕진게 있어야 된다....


친해지기 위한 그런 계기...


그래서, 모르는 사람끼리는 처음에 술을 마시지 않던가....

난 역시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가-_-


그런게 없었기에 난 그렇게 퉁명했던 것이다


다음부턴 잘해야쥐-_-


이런 마음을 먹고, 차 한잔을 끓이고 책이나 보려고 할 찰나에...

 

옆 방에서 내 벽을 심하게 치는 소리... (이거 뭐야?-_-)


책상위에 걸쳐 놓은 책도 흔들리고... (지진인가-_-)


(영국에 지진난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_-)


내 눈은 동그래지고...(내 찢어진 눈은 더 커졌다 o.o)


컵을 들고 있는 내 손은 약간 떨리고...(나 수전증 없다-_-)


이것이 무엇인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다-_-


한가지에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기에...


이것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 했다-_-


벽에다 귀도 대보고...


방바닥에다도 귀를 대봤다-_-


내가 맨 위층이니 천장은 제외-_-^


이런 순간에 다소 줄었던 그 진동이...


이젠 귀신같은 여자 소음과 같이 들렸다.


이 때쯤 나의 모든 에너지를 이것에 집중했기에 더 크게 들렸다-_-^^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_-

사실, 단번에 알아차렸다-_-


그 생기다 만 브래드 피트, 이 넘 어느 여성과 격렬한 사랑을...

 


난 무슨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나 했다-_-


나중에 이 사건과 비슷한 영화도 봤다.

Just Married인가 애쉬튼 커처 나오는-_-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 엄청 공감했다.


그 마이클 넘 때문에-_-^

 

난 이 날 밤, 아무것도 손에 안 들어왔다.


야!!!!!!!!!!!!! 침대 반대쪽으로 옮겨!!!!!!!!!!>0<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설마 벽을 뚫진 않겠지....하는 그런 생각도-_-


이상하게, 조용했다가 진동했다가 조용했다가 비명...-_-

 

계속 반복된다. 무슨 엠씨스퀘어도 아니구 이거 뭐...

-_-


설마 콘돔 안 빌려줬다고 나한테 화풀이하나-_-


그럼 이 넘 엄청 소심한 자식인데-_-


(근데, 진짜 없었는데 어떻게 하라구!!!!!!)


이런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날때 쯤...


난, 빅토리아 하우스, 즉 영국 주택에 대한 화풀이도 했다.


아마, 이 사건 이후로 나의 영국 생활 내내...

영국식 주택에 대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_-


삐걱삐걱 계단 소리, 겨울 바람 창문으로 솔솔~,

뜨스한 물도 잘 안나오고, 보일러는 수시로 고장-_-

경보기는 지멋대로 울려 사람 놀라게 하고...

방 벽에 곰팡이는 왜이리 펴대는지-_-


이런 영국 주택을 통해서 난....


...겉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라는 부동의 진리까지 깨닫게 되었다-_-


(왜냐, 빅토리아 하우스는 밖에서 보면 멋지거든)



암튼, 머리의 용량이 이런 잡생각을 못 따라 갈 때즘...

 

난 그렇게 잠이 들었나 보다-_-

 



 

며칠이 지난 후...


마이클을 비롯 같이 사는 기숙사 친구들과도 안면이 트고...


그 사건은 잊지 못했지만, 차마 마이클 앞에서 그 말은 못 꺼냈다-_-


쿨해 보이지 않을까봐-_- (쿨해 보인다는 강박강념이 어느새-_-)


사실, 그 정도까지 친해지진 않았다-_-




암튼, 기숙사에 사는 동안...


그 사건은 마이클과 나의 대화 주제가 되지 못했다.


마이클이 먼저 말했다면, 열심히는 들어줬을 텐데-_-

(이래뵈도, 사람 말 들어주는건 잘한다구-_-^^^)

 

저녁에 간단히 요리를 데워먹으러 부엌에 왔는데,


마이클이 식탁에 앉아 스파게틴지 파스탄지를 먹고 있었다.


그냥 토마토 소스에, 우웩 >0<


(이걸 줘도 안 먹던 내가 나중에는 잘 먹게 되었다, 무서운 적응력-_-)

 

"안녕, 잘지내?"


(한국말로 하니 이상하네-_- hi, you alright?였음-_-)


"응, 잘 지내."


(이것도 역시-_-, yeah, good임-_-)


"이 피자 한 조각 먹을래?"


(한국인은 베풀줄 안다-_-)


"고마워"


데워준 피자 한조각을 줬더니 낼름 먹는다-_-


그러더니 하는 말이...


"내 방에 맥주 있는데, 같이 맥주나 마실까?"


오, 너도 좀 베풀줄 아는구나 하고 좌뇌가 생각할 무렵...


나의 우뇌도 반응하기 시작했다-_-

갑자기 눈이 커지고, 손도 약간 흔들리는 증세...


이거 뭔가 익숙한 증상인데-_-

도대체, 좌뇌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거야-0-????????




이것은 그 사건때랑 너무나도 똑같은 증상이다-_-

마이클이 그..... 콘돔 빌리던 날...


순간 당황했던 것은 당연지사-_-

난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그 방에 그 넘이랑 단둘이 있기엔 좀 많이 어색할 것이고.

그렇다고 어색한 것을 없애기 위해 그 미지의 여인을 데리고 온다면,

더 어색할 것은 뻔하고.


점점 이상한 상상만 될 뿐이고-_-^^^^^^^^^^^

 


잡생각하지 말고, 쿨하게 대답해야 하는데...-_-


"미안, 나 공부할게 있어서..."


얼어죽을 공부-_-


역시 전혀 쿨하지 못한 대답이었다-_-


그 사건 이후, 마이클이랑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_-


(어설픈 브래드 피트 옆에 있으면, 청춘사업에 좀 도움이 될까 하고...-_-)


(근데, 설마 사람들이 어설픈 재키찬으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_-^)


물론, 이번 나의 두번째 거절 이후 마이클과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콘돔 빌려달라....첫번째 거절-_-


방에서 같이 맥주 마실까...두번째 거절-_-


그 두번의 기회를 놓쳤고,


그것은 마이클에게 나의 쿨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_-


(나도 좀 쿨한데, 마이클에게 좀 미안한걸-_-)




이후 두세번의 벽 진동과 이름 모를 소음을 들으면서 잠을 잔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