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홈스테이 생활과 작은 문화 쇼크영국 홈스테이 생활과 작은 문화 쇼크

Posted at 2009.04.16 18:42 | Posted in 런던★영국 생활
영국에 사는 동안 같은 대학 친구 소개로 에핑 그린(Epping Green)이란 내 블로그 닉네임과 똑같은 곳에서 홈스테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런던이란 도시 속에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해서 런던 외곽에 살아보고 싶었던 맘에 선뜻 승낙을 한 것이다.

내가 그 지역(런던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25km 떨어진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따서 닉네임으로까지 만들었으니, 이 글을 보는 일부는 벌써 눈치를 챘을 것이다. 거기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학교는 다녀야 했기에, 몇달치 용돈을 끌어 모아 중고차도 한대 샀었다. 여기는 런던까지 기차, 지하철은 커녕 버스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과한 생각도 들지만, 거기서 지낸 3년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주변 환경은 역시 끝 없는 들판과 공원의 연속이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피고, 저기 멀리서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으며, 그런 것을 바라보는 내 옆으로는 작은 마차를 타고 할아버지와 꼬마아이가 지나가고 있다. 해가 쨍쨍한 여름에는 나무 아래 그늘을 찾아 땀을 식히고, 겨울에는 코트를 꺼내 입고 홈스테이 주인 아들 꼬마랑 눈으로 장난도 치는 등 사계절 모두 좋은 기억 뿐이다.

학교 시험으로 지쳤지만, 운전으로 더 지쳤던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저녁 시간과 딱 맞았던 날에는 홈스테이 가족이 저녁 먹었냐고 물어보는 친절함도 기억나고, 저녁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좀 늦게 들어 오는 날에는 저녁은 전자렌지에 데워 먹으라는 쪽지가 눈물 나게 고마웠던 때도 기억난다.

홈스테이 하기 전에는 내가 스스로 냉동 식품을 꾸역꾸역 먹는 날이 대부분이었으니, 나를 위한 이런 음식 하나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아주 충분했고, 또 그것에 대한 나의 감동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홈스테이가 제공했던 이런 따스한 인정에 보답하듯 나 스스로도 고등학교 때부터 피던 담배를 끊는 용기도 발휘했으니, 이 홈스테이가 내게 베푼 인정은 정말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인정이었으랴.

3년간 그렇게 홈스테이 가족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는 그들의 문화에 어느새 동화되었음을 귀국한 지금 많이 느끼게 된다. 특히, 지금 한국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습관은 식사 중 시원하게 코 푸는 내 모습이다. 영국 사람들은 식사 중 콧물이 나거나 좀 간지럽거나 하면, 식탁에 앉은채로, 옆도 돌아 보지 않고 코를 시원하게 푼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그들의 여자친구들이 있는데서 그렇게 했다가 옆자리 앉아 있던 친구에서 은밀한 설교를 듣기도 했다. '은근이 깬데'라고 하던데, 처음에는 뭔 말인지 몰랐다.

이것 말고 지금 한국에서의 생활이 약간 불편하겠금 하는 그 홈스테이와 영국 생활에서 배운 영국적인 문화가 몇 개 있다. 무단 횡단하기, 식사 준비하는데 옆에서 알짱거리기(홈스테이에서 주인이 요리를 하면, 꼬마와 나는 주로 음식을 날랐다. 지금 우리 어머니는 저리 가라고 소리치신다), 지하철에서 조금만 부딪쳐도 쏘리라고 외치기(이것은 많이 고쳐졌다), 아침마다 물 끓이기, 수건 따로 쓰기 등이 지금 현재 생각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대부분의 이국적인 생활방식을 선사한 그 홈스테이 생활에 전혀 부아가 치밀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운이 깃들여 그런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몸에 익혔던 영국 문화는 다 없어질 것이고, 조만간 한국 문화가 영국 문화를 내 몸 밖으로 완전히 밀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영국 문화는 알집에 압축한 수 백만장의 그림 파일처럼 내 머리 속 한자리에 그저 좋은 기억으로만 남겠지.   

홈스테이 가족과 헤어질 때는 아쉬운 마음에 "잘 있어(Bye)"라는 인사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영화처럼 다른 말은 나오지가 않았다. 입에서만 뭐라고 맴돌 뿐. 오늘은 오랜만에 전화를 들고, 잊어버리지나 않았을 걱정되는 영어로 국제 전화를 한 통 해야겠다.


"Dreams come true, London po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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