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스토랑에서 수돗물을 시킨 사연영국 레스토랑에서 수돗물을 시킨 사연

Posted at 2009.03.29 16:02 | Posted in 런던★영국 생활
서울 사람들은 아직 수돗물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 마실수 있다고 서울시에서 광고하는 듯 하지만, 물이 관을 통해 흘러오면서 오염될 가능성도 있고, 서울시의 광고 그 자체를 믿지 않아서 수돗물을 마시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사람도 많다. 우선, 나부터 수돗물은 마시지 않고, 생수를 사먹거나 아버지가 떠 오는 약수물을 마신다.

내가 런던에 처음 갔을 때였다.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친해질 무렵, 다양한 학원 친구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물론, 영어 선생님도 참석했다.

이 때 당시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런던 초년병 티를 팍팍 냈기에, 그저 친구들이 추천해 준 음식을 고르고, 뭐 이런 음식이 다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레스토랑과 주변 사람들을 어리버리 구경하기에 바빴고, 다 먹은 후에는 얼마 내라고 하면 얼마 내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선생님 포함 6명 정도의 사람들이 각자 시키더니, 나에겐 뭐를 먹냐고 물어보기에, 나는 그 전에 시켰던 일본 친구 따라 해물 스파게티를 시켰다. 그 일본 친구는 영국 온지 좀 됐는지, 영어는 물론 영국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 보였고, 나는 그 친구를 따라 주문하고자 레스토랑 자리에 앉자마자 마음 먹었었다.

음식 주문을 받고 "Any drink?"라고 물어보는 웨이터에 나는 앞에 친구와 같은 걸로 달라고 했더니만, 그냥 유리잔에 물이 떡하니 내 앞에 놓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스파게티와 친구들과의 약간의 대화, 그리고 근본(?)을 모르는 물을 다 마시고 나와 그 때 일은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영국 생활에 익숙해지고, 레스토랑에서 음식 먹는 것이 익숙해질 즈음, 나는 그 물의 근본을 알아버렸다. 그것은 런던의 수돗물이었던 것이다. 앞의 일본 친구는 수돗물을 시켰고, 나는 그 친구가 뭐를 시킨지도 모른채 같이 수돗물을 마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영국 사람들은 가정에서도 수돗물을 마시고, 레스토랑에서도 'tap water(탭 워터)'라고 말하면, 음식 주문과 함께 수돗물을 가져다 준다. 물론, 수돗물을 시킨 사람도 잘 마신다. 무료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같이 수돗물 마시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찜찜할 수도 있기에 얼음도 넣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는 그냥 수돗꼭지를 틀어 손님에게 가져다 주지만, 석회질이 많이 함유되었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보통 가정에서는 필터로 한번 걸러서 마시는 게 보통이다. 

참고로 말하지만, 영국에서 수돗물을 마실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해도, 영국 생수 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그것이 나에게 여전히 아이러니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