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한국,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식 차이영국과 한국,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식 차이

Posted at 2014.12.25 13:52 | Posted in 영국★한국 사회

영국에서 오랜 지낸 나로서는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영국과 우리 나라가 크리스마스를 받아들이는 인식 차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는 물론 지금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는 내일 만나기로 하고 말이다. 둘다 직장인이지만 내일은 징검다리 휴일이기에 충분히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은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낫다고 여자친구를 설득하느라 힘이 들었다.


사실, 영국에 10년 정도 살았던 나는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이 아주 익숙하다. 영국 사회가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과 함께 보내라고 하는 오랜 풍습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때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운행하지 않는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때 런던 시내는 그야말로 쥐새끼 한마리 없을 만큼 조용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가 이처럼 조용한 것은 상점을 운영하건 지하철을 운전하건 크리스마스 때에는 집에 가서 가족들과 보내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1년간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크리스마스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보낼 기회를 갖고, 또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나는 영국에 홀로 유학을 떠났기에 크리스마스가 되면 더욱 외로워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럽여행을 가기도 했다. 



10년전 영국 런던의 크리스마스 전후의 모습. @리젠트스트리트



10년전 크리스마스 전후 런던아이


하지만, 우리 나라는 영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와는 다른 것 같다. 가족보다는 연인들을 위한 휴일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미국 문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래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다. 올해는 덜하지만,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로맨스 영화가 줄을 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만 되면 연인과 함께 보내고, 짝이 없다면 그렇게 짝을 찾아 해메고 있는 것이다. 물론, 크리스마스 자체가 외국 휴일이기 때문에 외국, 그 중에서 우리 나라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나라에서 조금 왜곡되어서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날 전국의 모텔은 모두 커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어디 멋진 야경이 보이는 남산과 63빌딩, 커플들의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이태원 또는 명동은 그야말로 커플들로 가득차 있다. 가족보다는 연인끼리 보내는 휴일로 인식이 완전히 굳혀져진 듯하다. 마치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11월 11일에는 빼빼로를 사야할 것 같이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영국과 한국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식 차이


영국은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는 연인과 함께 보내는 인식 차이가 있다. 물론, 가족과 연인이라는 것을 두고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 연인과 좋은, 뜻깊은,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소홀히 했던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도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