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CCTV 도시런던은 CCTV 도시

Posted at 2009.02.08 22:31 | Posted in 런던★해외 이슈

런던 거리를 거닐다 보면,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 Cameras, 이하 감시카메라로 하겠습니다)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감시카메라로 도시가 뒤 덥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요. 혹자는 런던에서 출근하고 퇴근하기까지의 자신의 발자취가 런던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다 잡힌다고 합니다.

2001년 정도에 영국에는 100만개의 감시카메라가 있었지만, 현재는 420만개가 넘어간다고 하네요. 2005년 런던 테러가 발생한 후 그 숫자는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런던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까지 감시카메라는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감시카메라는 지하철, 기차, 버스, 학교, 백화점, 축구경기장, 도로, 가게 등 없는 곳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개인 가정에서도 감시카메라 설치를 많이 하기도 하죠. 배리 허그힐이라는 인권주의자는 런던을 “the CCTV capital of the world”라고 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그럼 왜 영국에 감시카메라가 많이 생겼을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영국에 감시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많아진 시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 보수당이 집권한 때입니다. 마가렛 대처와 존 메이저 수상은 영국 범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소요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국민들의 반대가 심해 대대적인 감시카메라 설치가 힘들었지만, 리버풀의 한 쇼핑 센터에서 두 명의 10살 아이들이 2살짜리를 죽인 사건이 국민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하네요.

토니 블레어가 수상이 되면서 노동당으로 집권당이 바뀌었지만, 감시카메라 설치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노동당이 보수당처럼 범죄율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감시카메라 설치를 늘렸다고 하네요. 블레어 총리 당시 성폭행범에게 24시간 감시프로그램인 ‘발고리’(정확한 명칭은 잊어버렸네요;;)를 채우는 정책도 했으니 범죄에 결코 소프트한 노동당이 아니란 것을 온 세계에 알리기도 했죠. 현재 고든 브라운 수상도 그와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 감시카메라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비록, 런던 테러 당시 용의자 검거에 큰 역할을 한 감시카메라지만, 언론에 한 경찰 간부는 감시카메라가 범죄율 감소에 기여하는 경우는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까지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 인권주의자들은 영국이 다른 유럽에 비해 감시카메라의 수가 현저히 많다며, 인권이 훼손된다는 주장을 제차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이 CCTV의 나라인 것처럼 TV에서도 빅브라더(Big Brother)가 인기입니다. 영국의 한물간 스타나 일반인이 많이 나오는데 한 집에서 사는 모습을 CCTV를 통해 여과 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아마 채널4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아닌가 합니다. 더 선 등 타블로이드지는 언제나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기에 바쁘고,  BBC 등 방송에서도 가끔 빅브라더 소식 혹은 그 안에서 발생한 사건을 전하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의 영향일까 사회에서도 CCTV가 찍고 있다(CCTV is watching you)라는 것보다 빅브라더가 찍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많이들 합니다.

제가 느낀 런던의 감시카메라는 생색내기용 같습니다. 여기 감시카메라가 설치됐으니, 아무 일도 일으키지 말아라 라는 암묵의 메세지... 하지만, 그 목적도 요새는 많이 퇴색된 거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 효과가 생겼는지, 범죄용의자들은 그 많은 감시카메라를 요리저리 잘 피해가고, 감시카메라에 찍혔더라도 얼굴은 못 알아보게끔 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별 효과를 못 보는 상황입니다.

그 효용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 감시카메라에 찍히는 사람의 수는 어마어마한데 그것을 감시할 인력을 고용하려면, 그 만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또, 감시하는 인력은 그 감시를 24시간 할 수는 없으므로, 하나의 감시카메라에도 최소 3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카메라는 한대가 아니니 그 일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인력이 부족해서 못한다는 핑계가 절로 나올 만합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작은 사건(물론, 자기에겐 중요한 사건)으로 런던의 경찰서를 찾더라도 대부분 인력이 부족해서 못한다며 형식적으로 일을 처리하죠.

암튼, 런던의 감시카메라는 유학생이건 관광객이건 지겹도록 보실 것입니다. 감시카메라가 항상 찍으니, 쳐다보고 활짝 웃어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그럼 카메라 감시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잠시나마 미소를 지을 듯 합니다. 물론, 웃으면, 자신에게도 좋겠죠?